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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천만영화 실미도 (실화영화, 특수부대, 국가비밀)

by 109의 정보통 2025. 5. 23.

 

 

2003년, 영화 '실미도'는 그야말로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기며 개봉했다. 그전까지는 대부분이 들어본 적조차 없던 ‘684부대’의 존재가 대중 앞에 드러났고, 이 영화는 그것이 실제로 있었던 실화임을 바탕으로 극화한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 정부가 한동안 은폐했던 국가기밀성 작전이 스크린을 통해 공개되면서, 단순한 영화 그 이상으로 작용했다. 2024년 현재, 우리는 이 영화를 단순한 흥행작이 아닌, 다시금 우리의 역사와 국가의 책임에 대해 되짚는 기회로 바라볼 수 있다. 실화영화로서 갖는 상징성과, 특수부대를 다룬 드문 시선, 그리고 여전히 감춰진 국가의 비밀에 대한 문제제기까지. 실미도는 지금 다시 보아야 할 영화다.

실화영화로서의 ‘실미도’가 남긴 의미

실화영화는 허구와 사실의 경계에서 늘 논란을 동반한다. 그러나 '실미도'는 이런 우려를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전개했기 때문이다. 단지 ‘있었던 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사회 구조와 인간의 선택, 국가의 책임을 묵직하게 제시했다. ‘실미도’가 대중에게 미친 영향은 단순히 영화의 재미를 넘는다. 이 영화는 실제 684부대 유족들이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국민들 사이에서도 “우리는 무엇을 모르고 살아왔는가?”라는 성찰을 불러일으켰다. 개봉 당시 관객 1,100만을 넘기며 한국 최초로 ‘천만 영화’에 등극한 이 작품은, 영화가 갖는 사회적 기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특히, 국가가 기획하고, 국가가 실패했고, 그 책임을 지지 않은 역사적 사건이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어떻게 공론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다. 또한 이 영화는 한국 영화계에서 ‘실화 기반 대작’이라는 새로운 장르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후 ‘태극기 휘날리며’, ‘명량’, ‘암살’, ‘1987’ 등 다양한 실화 기반 영화들이 제작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실미도’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이 영화는 단지 사실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들에게 사건의 본질을 직시하게 만든, 그야말로 시대의 문제작이다.

684부대의 실체와 군사적 배경

실미도 사건의 중심에 있는 684부대는,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존재였다. 이 부대는 1968년 1월, 북한 124부대가 청와대 습격을 시도한 사건, 이른바 ‘1·21 사태’ 이후 결성되었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이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북한 김일성 암살작전을 추진했고, 그 임무를 맡은 이들이 바로 684부대였다. 이들이 정식 군인이 아니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대부분은 무직자나 전과자, 또는 어려운 형편의 청년들이었다. 그들에게는 “애국심을 증명할 기회”라는 말과 함께 신분 세탁과 금전적 보상을 약속하며 모집되었지만, 실상은 군번도, 계급도 없는 존재로 철저하게 관리되고 통제되었다. 실미도라는 인천 앞바다의 외딴섬에서 이들은 혹독한 훈련을 받았고, 언제 실행될지 모르는 작전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다. 그러나 정치적 상황이 바뀌면서 암살 계획은 무산되었고, 이들은 누구의 책임도 없이 방치되었다. 결국 1971년, 작전 해체와 함께 분노한 대원들이 부대를 탈출하여 서울로 향했고, 이 과정에서 군과 충돌하며 여러 명이 사망하는 비극으로 사건은 마무리된다. 이 사건은 이후 수십 년간 언론에서도 다뤄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존재 자체가 ‘기록에서 삭제된 부대’였기 때문이다. ‘실미도’ 영화가 이 사건을 조명한 것은 단순한 영화적 상상이 아니라, 당시 희생된 이들의 이름조차 제대로 남기지 않았던 국가의 무관심에 대한 강한 반론이었다.

감춰진 진실과 국가의 책임

684부대와 실미도 사건은 ‘국가가 감춘 진실’의 대표적인 사례다. 국가는 비공식 작전이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철저히 은폐했고, 희생자와 유족에게 어떤 보상이나 설명도 제공하지 않았다. 이처럼 실미도는 단지 한 편의 군사작전 실패가 아니라, 국가가 한 집단을 조직하고 이용한 후 책임지지 않은 구조적 문제를 함축하고 있다. 영화 개봉 이후 뒤늦게나마 국회에서는 684부대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했고, 일부 유족에게는 사과와 위로금이 전달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그 전모는 완전히 공개되지 않았으며, 관련자들의 진술도 제한적이다. 아직도 당시 사건에 대한 공식 문서는 일부 열람이 제한되고 있으며, 진실 규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우리가 ‘실미도’를 다시 보아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단순한 흥행작이 아닌, 국가 권력에 의해 버려진 개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과거 독재 시절 어떤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했는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개인이 희생되었는지를 돌아보는 일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도 여전히 '안보'라는 이름 아래 많은 정보와 사건이 감춰지고 있다. 실미도는 그 감춰진 것들을 드러내야 할 필요성을 말해준다. 단순히 국가를 비판하자는 게 아니다. 과거의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역사적 교훈으로 삼자는 뜻이다.

 

영화 '실미도'는 단순한 실화 영화가 아니다. 그 안에는 국가와 개인, 책임과 무책임, 역사와 기억이라는 복잡한 층위가 녹아 있다. 우리가 2024년에 이 영화를 다시 본다는 것은, 그저 추억 속 영화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진실과, 국가라는 거대한 시스템 아래 희생된 개인들의 삶을 되새기고, 그 의미를 되짚어보는 시간이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기억하고 행동으로 옮길 것인가. ‘실미도’는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