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개봉한 영화 '암살'은 단순한 액션 사극을 넘어서,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했던 시대 속에서 싸웠던 독립군들의 존재를 다시금 대중의 기억 속에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실존 인물과 허구가 뒤섞인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을 통해, 우리가 잊고 지냈던 독립운동가들의 면면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죠. 이 글에서는 영화 암살 속 인물들을 중심으로, 실제 역사 속 독립군들의 삶과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김원봉, 논란과 존경 사이
영화 암살 속 인물 '염석진'은 친일 경찰로 등장하지만, 그와 맞서는 인물 중 하나인 '김원봉'은 실제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습니다. 김원봉은 1919년 상하이에서 의열단을 조직해 수많은 의거를 주도했고, 이후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광복군 창설에도 관여한 바 있죠. 그러나 그의 삶은 단순히 '독립운동가'로만 규정되기엔 복잡합니다. 광복 이후 김원봉은 좌우합작 운동에 참여했고, 해방 후 월북하여 북한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내게 됩니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는 한동안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조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친일파는 떵떵거리고 살고 독립운동가는 핍박받는 사회'에 대한 반성이 일며, 김원봉의 독립운동 공적만큼은 분명히 조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영화에서처럼 전설적인 조직가이자 과감한 실천가였던 그의 면모는, 실제 역사 속 김원봉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의열단'이라는 조직명만으로도 일본 경찰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그 시절, 그 중심엔 항상 김원봉이 있었죠. 비록 정치적 선택의 무게로 인해 현재까지도 논란이 따르지만, 그의 초기 독립운동 공적은 어떤 이유로도 가려져선 안 될 것입니다.
안옥윤, 실존 여성 독립군의 상징
영화 '암살'의 주인공 중 하나인 '안옥윤'은 픽션이지만, 그녀를 통해 우리는 실제 역사 속 여성 독립군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총을 들고 적진에 뛰어드는 그녀의 모습은, 흔히 ‘남성 중심’으로 여겨졌던 독립운동의 이면에서 묵묵히 싸웠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대변하죠. 실제 역사에는 윤희순, 남자현, 권기옥과 같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존재했습니다. 윤희순은 여성 최초로 항일 의병가를 지었고, 남자현은 독립군 자금을 모아 일본 관리 암살을 도왔으며, 권기옥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이자 독립운동가였습니다. 영화 속 안옥윤의 단호함과 치밀함은 이들의 모습과도 겹쳐지며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특히 안옥윤이 자신의 가족사를 떠안고, 처절한 선택을 하는 장면은 단순한 픽션 이상의 울림을 줍니다. 독립운동은 ‘이름을 남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조용히 목숨을 걸었던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죠. 안옥윤이라는 캐릭터는 역사에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수많은 여성 독립군의 이야기를, 현대의 시청자에게 각인시키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임시정부, 그들의 쉼 없는 여정
영화 암살에서 가장 인상 깊은 배경 중 하나는 바로 상하이의 임시정부입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19년 3.1운동 직후 세워져, 1945년 광복에 이르기까지 독립운동의 정치적 구심점 역할을 해왔습니다. 김구, 이승만, 안창호, 조소앙 등 다양한 이념과 노선을 가진 인물들이 모여 독립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연대했죠. 영화 속에서도 임시정부의 은밀한 작전 지시, 일본 경찰의 감시를 피해 움직이는 요원들의 모습은 실제 역사적 사건들과 맞물립니다. 임시정부는 단순한 상징적 존재가 아니라, 실제로 군사작전과 외교 활동을 병행하며 독립운동을 지속해온 실체였습니다. 특히 암살에서 보여주는 ‘암살작전’은 임시정부가 실제로 여러 차례 시도한 ‘의열투쟁’의 형태와 매우 유사합니다. 임정의 독립운동은 종이 위의 선언에 그치지 않고, 의열단과 광복군을 통해 직접 행동으로 이어졌습니다. 만주, 상하이, 충칭 등지로 이동하며 목숨을 걸고 활동했던 이들의 모습은 영화보다 훨씬 더 극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 암살은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닙니다. 우리가 잊고 지냈던 이름들, 흐릿해졌던 역사의 한 장면을 다시금 선명하게 떠올리게 하는 창이죠. 김원봉의 조직력, 안옥윤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상징성, 임시정부의 역사적 의미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과연 그들의 희생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가?” 영화를 본 후 단 한 명의 이름이라도 다시 찾아본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첫 번째 기억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