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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석, 리뷰

영화 먼 훗날 우리 다시보기 (사랑, 현실, 선택)

by 109의 정보통 2025. 7. 2.

영화 먼 훗날 우리 다시보기

 

영화 ‘먼 훗날 우리(Us and Them, 2018)’는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사랑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현실에 부딪혀 무너지며, 결국 어떤 의미로 남게 되는지를 담담하게 그려낸 감성 멜로입니다. 많은 이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은 이유는 바로 사랑의 본질과 인간의 선택에 대한 솔직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랑’, ‘현실’, ‘선택’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먼 훗날 우리’를 다시 들여다봅니다.

사랑: 불완전함 속의 진심

‘먼 훗날 우리’의 사랑은 흔히 말하는 운명적 사랑이 아닙니다. 진샤오샤오와 린젠칭은 열차에서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고, 고된 도시 생활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게 됩니다. 그들의 관계는 말 그대로 “현실 속에서 싹트는 우정과 사랑”입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사랑은 낭만보다 훨씬 더 불완전하고 날것의 감정으로 다가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했지만, 표현 방식이 다르고, 때로는 상처 주는 말과 행동으로 관계를 망쳐갑니다. 린젠칭은 자존심과 자격지심 때문에 자신의 상황을 숨기고, 진샤오샤오는 현실적인 불안 속에서 더 안정적인 삶을 원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실제 연애에서 우리가 겪는 소통의 부재, 감정의 어긋남, 그리고 기대와 현실의 충돌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 영화에서 사랑은 달콤한 환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켜내지 못했기에 더 아픈 사랑이고,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는 감정입니다. 감독 류루는 플래시백 구조를 통해 현재와 과거를 교차시키며, 관객이 사랑의 성장과 쇠퇴를 모두 체감할 수 있게 만듭니다. 그들의 사랑은 실패했지만, 그 안엔 ‘진짜’가 있었기에 더 오랫동안 기억됩니다.

현실: 사랑을 가로막는 벽

진샤오샤오와 린젠칭의 사랑이 무너진 가장 큰 이유는 ‘현실’이었습니다. 영화는 청춘들이 겪는 도시 이주, 경제적 불안정, 부모 세대와의 단절 등 구조적인 문제를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특히 북경이라는 대도시는 그들에게 꿈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꿈을 이루기 위한 혹독한 비용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두 사람은 점점 다른 방향을 향하게 됩니다. 진샤오샤오는 성공에 대한 갈망과 안전한 삶에 대한 욕망을 품고, 린젠칭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녀의 기대를 감당하지 못합니다. 결국 그들의 사랑은 점점 지쳐가고, 끝내 이별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그 이별이 누군가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현실이란 이름의 제도와 환경’이 주인공들의 선택을 제한하고 왜곡시킵니다. 린젠칭의 무기력함이나 진샤오샤오의 냉정함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그들이 처한 조건에서의 최선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관객은 이 영화를 통해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씁쓸한 진실을 직면하게 됩니다. 그리고 현실 앞에서 무너지는 사랑을 보며,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 를 깊이 체감하게 됩니다.

선택: 남겨진 후회와 책임

‘먼 훗날 우리’는 사랑이 끝난 후의 이야기를 주요하게 다룹니다. 영화의 시작은 과거가 아니라 ‘10년 후의 재회’에서 시작되며, 과거 회상의 방식으로 이야기의 중심을 풀어냅니다. 이 서사의 역행 구조는 그들이 왜 이별했는지를 거꾸로 따라가며, 관객이 선택의 무게를 점점 실감하게 만듭니다. 두 사람은 다시 만났을 때 서로를 향한 감정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음을 깨닫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 앞에서 어떤 선택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도 직면합니다. 그들의 대화는 쓸쓸하지만 깊고, 때로는 울분이 섞이지만 결국엔 이해로 이어집니다. 이 장면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이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특히 영화 후반, 린젠칭이 진샤오샤오를 위한 비밀스러운 선물을 준비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때, 관객은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후회를 품고 살아왔는지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은 관계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의 지속임을 시사합니다. 이 영화는 결국, 사랑이 끝난 자리에 남는 건 미련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사랑을 잘하는 것도, 이별을 잘하는 것도 모두 선택의 연속이며,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세가 진정한 어른의 모습임을 이야기합니다.

 

‘먼 훗날 우리’는 사랑, 현실, 선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우리가 지나온 감정과 경험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아름답지만 아픈 사랑의 기억, 그리고 그로 인해 성숙해지는 과정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감정적으로 무뎌진 오늘날,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진심’을 마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이별의 의미를 알고 싶은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